2014년 4월 13일 일요일

허지웅


며칠전에 가로수길에서 허지웅을 봤다
마녀사냥팀들이 낮술을 먹은 모양인데,
허지웅만 얼굴이 벌개서는 낮 5시에 광인처럼
웃다가 소리지르다가 넘어지다가
성시경과 지인들 손에 끌려 미미면가골목으로
사라지던 대낮의 취객 허지웅을.

술의 힘때문인지,
평소 무성욕자같았던 티브이속 그가 아니었다
골목대장이었다 쾌남이었다
자주적으로 열정에 열정을 다해
최선을 다해 술을 먹은 취객이었다

서로를 보색삼아 유독 도드라져 보이던
벌건 몸과
그의 목에 위치한 타투.
-무언가 타고 오르는 것 같기도 하고
마수의 손길 같기도 한-


정내미가 뚝 떨어져야 정상인 그 모습을 보았는데도
이상하게 그가 궁금해졌다


그의 책을 찾아 읽었다
사지않고 서점에 앉아 읽었는데,
책 몇십권은 살 돈으로 옷을 사버린 탓이 컸다

"개포동 김갑수씨의 사정" 이었나
남자의 이야기도 되겠고
상실의 이야기도 되겠고
어쩌면 자기고백서도 되겠고
성에 관한 성장소설도 되겠다
아니면, 이 모든 걸 다 담아 성을 내세워
툭 내뱉은 소설.

하지만, 서사나 위트있는 구조 , 수사가 매우 빈약하다
한시간만에 다읽었던 것 같은데,
난 빨리 읽히는(?) 책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런데.
사람의 매력이라는 것이 얼마나 무섭냐면
나는 그의 소설에 실망하지 않았다
허지웅에게 바라는 게 없나보다
그냥 그와 소주 한 잔 먹으며 인생선배의
이야기를 듣는 느낌적인 느낌의 소설(?)
나도모르게 팬이 되었나


어느 날의 광인같던 취한 모습과,
개포동 김갑수씨의 사정을 쓰며
술이야기도 이혼이야기도 섹스이야기도
어떤 사람이 되겠다는 내면의 다짐도 다 털어놓은
허지웅은
정말 '인간'적인 인간같다
가지고 있는 장점이나 매력 만큼
빈틈도, 흐트러짐도 있는 인간.

그가 소설 제일 마지막 장에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단다
나는 일적으로 소원하는 것보다
인간적으로 소원하는 사람을 더 좋아하는데

어쩜 마지막까지 나를 꼬시나
이양반

이미 좋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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